파인세라믹스, 정밀도자기는 고순도의 천연무기물 또는 인공물로 합성한 무기화합물을 원료로 하는 세라믹스. 내열성·내마모성·내식성·전기절연성이 뛰어나며, 전기적인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 또한 고강도 알루미나세라믹스는 식칼이나 가위, 인공뼈 및 인공치아로 실용화되고 있고, 안정 지르코니아는 산소 센서·MHD 발전기의 재료로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세라믹의 용도는 과학기술 전반에 널리 퍼져있고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통 도예계에서는 인공화학물로 작품을 제작하지 않고 자연의 재료를 가공하여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에 주된 원료가 되는 소지나 안료 그리고 유약 등은 인공화학물이 아닌 천연재료가 주로 사용된다. 이는 전통공예의 제작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이 전체적인 것은 아니다. 20세기 후반의 포스트 모더니즘 도예가 하워드코틀러는 초벌기와 러스터 유약을 그냥 구입해서 사용하였고 산업용으로 취부되던 전사지를 작품에 도입하는 등 전통적 프로세스의 탈피를 거듭했었다. 그리고 동시대 도예에서는 많은 산업재료와 인공화학물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작품의 표현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 그것이 지니는 의미를 크게 염두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해온 도예의 역사는 셀수 없을만큼 깊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토기에서 도기로 그리고 자기로의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기술이 뒷받침되고 난 뒤에 도예의 발전은 개인의 미시서사적 표현의 수단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은 알루미나세라믹스, 즉 파인세라믹스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절연, 센서 등으로 활용되는 하이테크의 결과물인 파인세라믹스를 앗상블라쥬한 이 작품은 폐허가된 미래도시와 같은 형상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대 도예의 과학발전을 도예가가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을 단순히 개인의 표현성으로만 생각한다면 도예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인세라믹스를 흙접착제와 유약으로 엉성하게 붙여 조형한 앗상블라쥬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세계와 같다. 공예의 미래로 향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면 미래의 공예는 상실될 것이고, 그 미래의 모습은 폐허처럼 보이는 이 조형물과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