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중국미술학원에 1학기에 만들었던 작품이다. 당시 나는 중국어를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6개월간 공부를하고 도예학과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였다. 중국에 가기전 나는 중국이 같은 동북아시아에 오랜시간 얽혀있던 역사가 있기에 다른나라보다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했던 중국은 내가 생각했던 미세한차이와 문화에 의해서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같은 의도라도 문화와 상황 그리고 맥락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로 통했으며 그것은 나를 낯설게 만들었다. 게다가 단기간 배운 중국어로 글자를 읽거나 대화를 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한국이랑 비슷한 풍경에서도 빼곡이 적혀있는 한자는 그저 그림처럼 보였다. 배웠던 한자라도 게스탈트 붕괴가 일어나는 것처럼 전혀 모르는 글자처럼 보였고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다. 중국인에게 나는 그냥 한국인이였지만 한국 유학생들에게 나는 중국어를 못하는 어정쩡한 유학생이였다. 그리고 가끔 한국에 돌아왔을 때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나는 중국을 잘 아는 유학생처럼 받아들여졌다.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런 간극 사이 속에서 나는 어중이떠중이 이방인이었다. 이 작품은 그런 상황에서 만들었던 중국에서의 첫 작품이다.

 

 위의 항아리에 적혀있는 글자가 한자로 보이는가? 앞의 내용을 읽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자라고 느낄 것이다. 동양문화권을 모르는 다른나라 사람이 보더라도 동북아시아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나의 배경을 알게 된다면 한자 또는 고대한자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자처럼 보이는 도안은 사실 단순한 획의 조합일 뿐이다. 즉,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읽히지 않는 한자를 보았던 그 순간의 느낌을 조형화해서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읽을 수 없는 이 가짜글자를 보던 중국인 친구는 내게 이것이 한글이냐고 물어봤던 적도 있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는 한국인 유학생이 만든 한국적인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내가 만든 중국스러운 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이에 어중이떠중이로 중첩되어있는 이방인같은 작품이다. 사물이던 글이던 그것이 실제 눈 앞에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형이상학적 존재는 허구다. 실재는 실제하지 않는다. 그저 문자처럼 보이는 장식은 누군가에게 그것의 실재를 문자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그것은 문자도 아니고 실재도 아니며 그저 실제하는 획의 조합이다. 모든 기의와 기표는 서로 미끌거리며 연장하고 확장한다. 그리고 그 속의 본질적인 실재는 존재하지도 파악할 수도 없다. 결국 이방인이라는 것은 낯선 공간에 있는 실제이자 눈 앞에 보이는 그것 그 자체이다. 고로 이 작품은 중국스러운 것도 한국스러운 것도 아닌 이것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