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 캐스팅으로 총 성형 및 청화안료로 장식. 아마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HK416 총의 형태이다. 빈 라덴을 사살한 소총이라고 알려진 HK416에 민화를 그려넣었다. 백자에 청화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도예작가로서는 매우 흔한 작업 방식이다. 대부분 화병이나 식기 등의 생활기에 장식을 가하는 형식이므로 도안의 의미는 형태와 의미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백자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것이 용도와 관련이 없다면, 이 작품처럼 민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HK416의 형태를 가졌다면 도안과 형태의 의미충돌은 일어날 것인가?

 

 이것을 예술작품으로 본다면 작품 내러티브 안에서 형태와 장식의 의미충돌이 일어나며 상징성과 표현성을 나타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하나의 목표로만 작품을 제작했다. 그것은 바로 기술이다. 평소 슬립 캐스팅기법으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기법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총의 형태를 원형으로 삼았고, 그 위에 이질적인 도안을 새기기 위해 한국의 민화를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렸다. 용도가 없는 백자에 그것과 관련 없는 도안은 아무런 의미 없는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하지만 보통은 그것의 의미를 궁금해하고 그것을 만든 배경을 궁금해한다. 이 작품은 단순이 개인의 숙련도 테스트를 위한 공예적 기법의 결과물이지만, 그것을 본 사람들의 머릿속은 그와 다를 것이다. 이처럼 모든 작품의 서사는 보는 사람의 서사에 대입되어 쓰여진다. 반대로 말하면 모든 예술작품은 의도와 관련없이 그것의 기술적 숙련도와 과정에 의해서 제작되어지고 그 제작과정에서의 숙련도와 방식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이 점차 다듬어지면서 본인의 기법적 특성으로 나타나고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형성된다. 그런 아이덴티티로 만들어진 사물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시각적, 인식적 자극을 일으키고 그로인해 다양한 의미 분화가 생겨난다. 공예는 표현 이전의 미시서사에서의 제작이자 모든 예술적 표현 앞에 있다. 설령 그것이 개념미술이나 퍼포먼스라 할지라도 그것을 표현해내고자하는 모든 활동은 이미 기예로 압축된다. 장식된 총은 의미없는 의미의 소리없는 총성이다.